가 을

 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 가 을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- 김 영 길 -

 

가을은

양털처럼 하얗게 피어나는

뭉게구름 안에서 태어나는가 봐

 

가을은

빠알간 고추잠자리

하늘거리는 날개를 타고 날아오는가 봐

 

가을은

까아만 밤하늘 밑에

청아한 귀뚜리의 선율을 타고 찾아오는가 봐

 

가을은

휘영청 밝은 달빛 속에

환하게 미소 머금은 얼굴로 나타나는가 봐

 

가을은

노오란 은행나무 잎

포도위에 쌓이는 낙엽 밟고 돌아가는가 봐

 

 

<詩作의 배경>

 

어느날 사무실 근처의 길을 차를 몰고 지나가는데

아무도 없는 포도위에 노오란 은행나무 잎이

소리 없이 떨어져 쌓이고 있었습니다.

나는 차에서 내리어서 한 동안 은행나무 잎을 한

웅큼 쥐어보며 가을을 생각하여 보았습니다.

 

 

 

그래

가을이 어떻게 왔었지

아 -거기서 부터야

 

지난여름 (8월 하순) 그렇게 늦더위가 기승을

부리든 어느 날 ,

하늘에는 유난히도 흰 뭉게구름이 피어나고 있었어

힘찬 상승 하강 운동을 하면서 천천만만의 형상을 이루면서

나를 두둥실 환상의 세계로 이끌었던

바로 그 뭉게구름 !

거기서 가을이 잉태되고 있었던 거야.

 

그러고 보니 뜨거운 여름 햇볕에 빨갛게 그을린

고추잠자리들이 분당 텃밭 울타리 주변을 맴돌면서

무슨 이야기라도 할 듯,

가까이 오다가는 달아나고 또 떼 지어 모이다가는 흩어지든

그 잠자리 하늘거리는 날개를 타고 가을은

우리 곁으로 가만 가만 닥아 온 거야.

 

9월에 접어들면서 제법 저녁으로 상큼한 바람이

일던 어느 저녁,

어디서 들어와서 내 침실을 훔쳐보는 한 마리의

귀뚜리-

까아만 밤 그렇게 청아하게 울어주든 전령 -

그가 바로 이 가을의 전령 이었어

 

추석 달

가을 한 가운데서 고즈넉이 우리를 내려다보는

정감남치는 달님 ,

더도 말고 덜도 말라던 한가위의 넉넉함이 우리

주변을 잠시라도 맴돌 때

휘영청 밝은 달빛은 어느덧 , 어느 시골에서 그 달을

바라보며 ,

계수나무 한 나무 노래를 부르든 추억이 아련히

떠오르는 가을-

가을은 그렇게 무르익어 갔지

 

이제는 가야 할 시간이 되었나 봐

청청한 여름옷을 하나하나 갈아입든 나무들

겨울나라로 가는 가을은 그렇게 울굿 불긋 따스한

색깔로 갈아입어야 하는가 봐

노오란 은행나무 잎이 그렇게 곱게 길가를 물들이고

아- 면 길 떠나는 아쉬움으로 손짓하는

잔잔한 낙엽의 파도여 . . .

 

 

김영길 장로 (수지 -1부예배 정병단, 2부에배.  분당- 시니어지구 주경배찬양대, 4부 통일선교팀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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